📑 목차
기술 표준 확정 이전에만 존재했던 비표준 제품이 왜 시간이 지날수록 희귀 자산으로 재평가되는지, 표준화·선택의 역사·시간 희귀성 관점에서 분석합니다.

표준 이전의 세계는 혼란이 아니라 ‘선택의 경쟁’이었다
나는 기술 표준이 확정되기 이전의 시기를 단순한 혼란기로 보지 않는다. 그 시기는 수많은 가능성이 동시에 열려 있던 선택의 경쟁 구간이었다. 오늘날 우리는 USB-C, HDMI, Wi-Fi 같은 표준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만, 이 표준이 정해지기 전에는 수많은 대안이 공존했다. 각각의 기업은 자신만의 규격과 철학을 제품에 담았고, 시장은 그중 하나를 선택하기 전까지 실험을 계속했다.
이 시기에 만들어진 비표준 제품은 단순히 “표준에서 탈락한 실패작”이 아니다. 오히려 나는 이것들이 미래가 확정되기 전의 사고방식과 기술적 상상력이 실물로 구현된 기록이라고 본다. 표준이 정해지는 순간, 기술 발전은 효율성과 호환성을 중심으로 수렴한다. 반면 표준 이전의 제품은 효율보다 가능성, 호환성보다 차별성을 우선했다. 이 차이가 시간이 지날수록 희귀성으로 전환된다.
표준은 결국 하나의 승자를 만든다. 하지만 승자가 결정되는 순간, 다른 모든 선택지는 동시에 사라진다. 그리고 그 사라진 선택지들이 바로 비표준 제품의 출발점이 된다.
비표준 제품은 ‘짧은 생애’를 가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비표준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존재 기간이 극도로 짧다는 점이다. 기술 표준이 확정되면 시장은 빠르게 하나의 방향으로 이동한다. 제조사, 부품 공급망, 소비자 모두 표준을 중심으로 재편된다. 이 과정에서 비표준 제품은 더 이상 생산될 이유를 잃는다. 호환성 문제, 비용 상승, 소비자 불편이라는 현실적 장벽이 즉각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 짧은 생애가 비표준 제품의 핵심적인 시간 희귀성 요인이라고 본다. 장기간 생산된 표준 제품은 수량이 많고, 시간이 지나도 대체품이 존재한다. 반면 비표준 제품은 특정 시점 이전에만 존재하고, 이후에는 구조적으로 재생산이 불가능하다. 설령 기술적으로 복원이 가능하더라도, 그 제품이 등장했던 맥락과 경쟁 환경은 다시 만들어질 수 없다.
이 때문에 비표준 제품은 시간이 지날수록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표준 이전의 세계를 증명하는 유물”로 인식된다. 기술의 진화가 직선이 아니라 갈림길의 연속이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증거가 되는 것이다.
표준화는 효율을 남기고, 비표준은 이야기를 남긴다
나는 표준 제품과 비표준 제품의 차이를 효율과 서사의 차이로 본다. 표준은 분명 위대하다. 비용을 낮추고, 접근성을 높이며, 기술을 대중화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개별 제품이 가진 고유한 이야기와 실험성은 대부분 사라진다. 표준 이후의 제품은 서로 닮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면 비표준 제품은 실패했을지라도, 각자 고유한 철학과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어떤 제품은 성능을 극단적으로 밀어붙였고, 어떤 제품은 사용자 경험을 과감하게 바꾸려 했다. 표준이 되지 못했다는 사실은 이 시도가 틀렸다는 의미가 아니라, 시대가 그 선택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의미에 가깝다.
시간이 흐른 뒤, 기술이 충분히 성숙해지면 시장은 다시 묻기 시작한다. “그때 왜 이런 선택은 사라졌을까?” 이 질문이 나오기 시작하는 순간, 비표준 제품은 재평가된다. 효율의 관점에서는 패배했지만, 아이디어의 관점에서는 시대를 앞서갔던 존재로 인식이 바뀌는 것이다.
비표준 제품의 희귀성은 ‘다시 선택할 수 없음’에서 나온다
일반적인 희귀성은 수량의 문제로 설명된다. 하지만 나는 비표준 제품의 희귀성을 선택 불가능성의 문제로 본다. 오늘날 우리는 과거의 표준 제품을 다시 생산할 수 있다. 기술도 있고, 수요도 있다. 하지만 비표준 제품은 다르다. 그것이 존재할 수 있었던 조건 자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기술 표준이 확정된 이후에는, 비표준 제품을 다시 만든다는 발상 자체가 시장 논리에 맞지 않는다. 호환성 없는 제품은 소비자에게 불편을 주고, 기업에게는 비용만 남긴다. 즉, 비표준 제품은 시간이 지나면서 물리적 희귀성보다 제도적·논리적 희귀성을 갖게 된다.
이 점에서 비표준 제품은 단순한 레트로나 빈티지가 아니다. 그것은 “다른 미래가 가능했던 시점”을 담고 있는 시간 캡슐에 가깝다. 이 시간 캡슐은 다시 열릴 수 없기 때문에, 존재 자체가 희귀해진다.
시장은 뒤늦게 ‘탈락자’를 다시 본다
흥미로운 점은, 비표준 제품의 재평가는 항상 표준이 충분히 안정된 이후에 일어난다는 것이다. 표준이 막 자리 잡을 때는 누구도 탈락자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모두가 승자에 집중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표준이 당연한 배경이 되면, 사람들은 그 이전의 선택지를 궁금해하기 시작한다.
이때 비표준 제품은 새로운 의미를 얻는다. 그것은 더 이상 실용적 도구가 아니라, 기술사의 분기점을 보여주는 실물 증거가 된다. 나는 이 순간이 비표준 제품이 단순한 실패작에서 시간 희귀 자산으로 전환되는 지점이라고 본다.
수집과 투자 관점에서 본 비표준 제품의 특성
비표준 제품은 대중적 투자 자산이 되기 어렵다. 이해하기 어렵고, 사용하기 불편하며, 기준 가격도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바로 이 점이 소수에게는 매력으로 작용한다. 이 자산을 이해하려면 기술의 역사와 맥락을 함께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자산이 시간이 지날수록 “아는 사람만 아는 희귀성”을 갖게 된다고 본다. 대중적 인기는 없지만, 한 번 의미가 공유되면 가격과 평가는 빠르게 재정렬된다. 표준 제품이 모두에게 열려 있다면, 비표준 제품은 선택된 소수의 이해를 전제로 한다.
결론
기술 표준 확정 이전에만 존재했던 비표준 제품은 실패의 기록이 아니다. 그것은 채택되지 않은 미래의 기록이다. 나는 이 점에서 비표준 제품의 시간 희귀성이 단순한 수량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역사와 깊이 연결되어 있다고 본다.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는 표준의 편리함에 익숙해지지만, 동시에 질문하게 된다. “다른 길은 없었을까?” 그 질문에 가장 직접적으로 답해주는 것이 바로 비표준 제품이다. 그리고 이 답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희귀해진다. 왜냐하면 다시는 같은 질문이 같은 조건에서 던져질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