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차
경제 호황과 침체 사이 전환기에 탄생한 자산이 왜 시간이 지나 재평가되는지, 전환기 의사결정·보수적 혁신·시간 희귀성 관점에서 분석합니다.

전환기는 숫자가 아니라 ‘의사결정의 시간’이다
나는 경제의 전환기를 단순히 성장률이 꺾이거나 회복되는 구간으로 보지 않는다. 전환기는 통계로 정의되는 시점이 아니라, 기업·개인·정부가 서로 다른 가정을 동시에 가지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시간대다. 호황기에는 대부분이 “내일은 오늘보다 더 좋다”는 가정을 공유하고, 침체기에는 “최악을 버텨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다. 하지만 전환기에는 이 공감대가 무너진다. 누군가는 아직 호황이 끝나지 않았다고 믿고, 누군가는 이미 침체를 가정하며 행동한다.
이 불일치가 자산의 성격을 결정한다. 전환기에 탄생한 자산은 하나의 명확한 경제 서사에 기대어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서로 충돌하는 가정 속에서 타협적으로 설계된다. 나는 이 점이 전환기 자산의 출발점이자, 장기 재평가의 씨앗이라고 본다. 이 자산들은 당시에는 “어중간하다”, “방향성이 불분명하다”는 평가를 받기 쉽다. 왜냐하면 호황기 자산처럼 공격적이지도, 침체기 자산처럼 극단적으로 방어적이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뒤, 경제 사이클이 명확히 정리되면 이 어중간함은 결점이 아니라 적응력의 증거로 재해석된다. 전환기 자산은 한쪽 극단의 가정을 전제로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더 넓은 환경 변화에 살아남는 구조를 갖게 된다. 이 생존성이 바로 재평가의 출발점이다.
전환기 자산은 ‘잘못 태어났다’는 오해를 받는다
전환기에 탄생한 자산이 초기에는 저평가되는 이유는 단순하다. 타이밍이 나쁘다고 인식되기 때문이다. 호황기 말에 나온 자산은 “너무 비싸다”는 평가를 받고, 침체 초입에 등장한 자산은 “시기상조”라는 말을 듣는다. 전환기 자산은 항상 이 두 비판을 동시에 맞는다. 나는 이것을 ‘양쪽에서 맞는 구조적 오해’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호황의 끝자락에서 출시된 기업이나 상품은 이미 시장의 기대치가 과도하게 높아진 상태에서 비교된다. 동시에, 침체를 예상하는 투자자에게는 불필요한 위험으로 보인다. 이중의 기준 속에서 전환기 자산은 정당한 평가를 받기 어렵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시장은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간과한다. 전환기 자산은 미래의 평균 환경을 전제로 설계된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나는 많은 전환기 자산이 결과적으로 “다음 정상 상태”에 가장 잘 맞는 구조를 갖게 된다고 본다. 호황기의 극단적 낙관도, 침체기의 극단적 비관도 배제한 상태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 사실은 시간이 지나 사이클이 안정화될수록 점점 분명해진다.
전환기에는 ‘보수적 혁신’이 탄생한다
전환기의 또 다른 특징은 혁신의 성격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호황기 혁신은 대개 공격적이다. 시장 점유율 확대, 외형 성장, 실험적 모델이 강조된다. 침체기 혁신은 생존 중심이다. 비용 절감, 효율 개선, 리스크 축소가 핵심이다. 하지만 전환기 혁신은 이 둘을 절충한다. 나는 이를 ‘보수적 혁신’이라고 부른다.
전환기에 탄생한 자산은 새로운 시도를 하되, 완전히 파괴적인 방식은 피한다. 기존 구조를 일정 부분 존중하면서도, 미래를 대비한 변화만을 선택한다. 이 때문에 당시에는 “애매하다”, “대박은 어렵다”는 평가를 받기 쉽다. 그러나 이 보수적 혁신은 결과적으로 지속 가능성을 높인다. 극단적 환경 변화 속에서도 완전히 무너지지 않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른 뒤, 시장은 이 점을 다시 평가한다. “왜 이 자산은 사라지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이 나오기 시작하면, 전환기 자산은 재조명된다. 그리고 그 답은 대개 같다. 전환기라는 불확실한 시간대에 맞춰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침체가 확정된 뒤에야 드러나는 전환기 자산의 진짜 가치
나는 전환기 자산의 재평가가 침체가 어느 정도 진행된 이후에 본격화된다고 본다. 침체 초입에는 공포가 지배하고, 기존 자산의 하락이 모든 것을 덮는다. 이 시기에는 전환기 자산도 예외 없이 함께 평가절하된다. 하지만 침체가 구조화되고, “무엇이 살아남는가”라는 질문이 중심이 되는 순간, 상황은 달라진다.
이때 시장은 극단적 성장 자산과 극단적 방어 자산을 구분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자산을 다시 본다. 전환기 자산은 이 지점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이미 성장의 환상에서 벗어나 있었고, 동시에 생존만을 위해 설계된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중간 지대의 위치는 침체 후반부와 회복 초기에 특히 매력적으로 보인다.
나는 이 시점에서 전환기 자산이 “뒤늦게 옳았던 선택”으로 재평가된다고 본다. 처음에는 타이밍이 나빴던 자산이,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가장 현실적인 가정을 담고 있었던 것으로 인식이 바뀐다.
전환기 자산의 희귀성은 ‘시간 선택의 희귀성’이다
전환기 자산의 재평가는 단순한 가격 회복이 아니다. 그것은 시간 선택의 희귀성에 대한 재평가다. 이 자산들은 호황이나 침체라는 명확한 서사가 아니라, 그 사이의 혼란 속에서 만들어졌다. 이런 선택은 언제나 소수에 의해 이루어진다. 대부분의 시장 참여자는 명확한 방향이 보일 때 움직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점에서 전환기 자산을 일종의 시간 희귀 자산으로 본다. 같은 조건에서 다시 만들어지기 어렵고, 동일한 판단을 반복하기도 어렵다. 왜냐하면 전환기는 짧고, 불확실하며, 대부분의 사람에게 불편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 불편함을 감수하고 만들어진 자산은 시간이 흐를수록 그 선택 자체로 의미를 갖게 된다.
재평가는 항상 ‘나중에’ 온다
중요한 점은, 전환기 자산의 재평가는 동시에 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처음에는 소수의 관찰자만이 가치를 인식한다. 이후 생존이 증명되고, 환경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확인되면 점점 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는다. 이 과정은 느리지만, 방향성은 비교적 일관된다.
나는 이 느림이 전환기 자산의 본질이라고 본다. 빠르게 사랑받는 자산은 대개 호황기 자산이고, 빠르게 버려지는 자산은 침체기 자산이다. 전환기 자산은 그 사이에서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시간이 바로 재평가의 연료가 된다.
결론
경제 호황기와 침체기 사이 전환기에 탄생한 자산은 처음부터 주인공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오해받고, 저평가되고, 잊히기 쉽다. 그러나 나는 이 자산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다시 불려 나오는 구조를 반복해서 보아왔다. 왜냐하면 이 자산들은 극단이 아닌 현실을 전제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전환기 자산의 재평가는 단기 성과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 속에서 검증되는 선택의 문제다. 시장은 결국 “누가 가장 빨리 맞췄는가”보다 “누가 끝까지 살아남았는가”를 기준으로 다시 평가한다. 그리고 그 기준에서, 전환기에 탄생한 자산은 종종 뒤늦게 빛난다.